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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GMO, 이미 한국 밥상 점령했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4-12-12 (금) 07:12 조회 : 510

'유전자 변형' GMO, 이미 한국 밥상 점령했다

시사INLive | 이오성 기자 | 입력2014.12.08 09:48 | 수정2014.12.08 18:33

기사 내용

용어부터 정리하자. GMO를 일컫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다. 글자 그대로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체'라는 뜻이다. 유엔 등 국제협약에서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살아 있는 변형 유기체)라는 용어도 널리 쓴다. 유전자라는 대목을 빼버리고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GMO에 반대하는 이들은 Modified(변형된) 대신 'Manipulated'(조작된)를 사용한다. 지금도 언론은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각이다. 변형과 조작, 이 현격한 차이가 지금 GMO가 놓인 현주소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GMO의 위해성 여부다. 한쪽에서는 GMO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Non-GMO 운동을 펼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식량 부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추앙한다. 1994년 미국에서 최초로 무르지 않는 GMO 토마토가 개발된 이래 위해성 여부를 놓고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명쾌한 결론은 없었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2012년 9월 프랑스의 세랄리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몬산토 사의 제초제 내성 GM 옥수수(NK603)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쥐 200마리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실험했다. 통상 90일을 넘지 않는 이전의 GMO 동물실험에 비해 긴 기간이었다. 그 결과 GMO 옥수수를 먹은 쥐에게 유선 종양을 비롯해 간과 신장 손상이 크게 두드러졌다.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GMO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과학자들은 즉각 반박에 들어갔다. 프랑스 연구진이 사용한 옥수수가 곰팡이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제시되지 않았고, 실험군에서 건강하게 생존한 쥐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은 증폭됐고,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해 말에는 세랄리니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된 미국의 학술지가 논문 철회 압박에 시달린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그동안 GMO 연구는 이처럼 '위해성 주장→반박→미궁'에 빠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안전하지 않다고도,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의 저자 김훈기씨(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의 지적처럼 지금보다 더 장기적이고 엄격한 생체실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


문제는 '불완전한 안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GMO가 우리 식탁에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GMO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식용·농업용 GMO 888만t이 국내에 수입됐다. 28억6000만 달러 규모다. 관련 법령이 시행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2014년 10월 현재 수입량은 897만t으로 이미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GMO 수요가 늘면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O 수입 대국이 되었다. FTA·TPP 등에 따라 미국 등 농업 수출국의 GMO 수입 확대 요구도 날로 커가고 있다.

↑ ⓒ시사IN 윤무영 :

ⓒ시사IN 윤무영

작물별로는 옥수수가 전체 수입량의 89.7%를 차지했고, 대두(8.2%)와 면실유(1.7%), 카놀라(유채·0.4%)가 뒤를 이었다. 그중 가축 사료 등 농업용은 81%, 식용은 19%였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GMO 160만t을 먹어치웠다는 이야기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옥수수는 0.8%, 대두는 6.4%에 지나지 않음을 감안하면 우리 밥상은 이미 'GMO의 잔칫상'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지난해 우리 국민 한 사람당 GMO 옥수수 18㎏, GMO 콩 15㎏을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처구니없이 '잘못된 정보'도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GMO 작물 재배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중에 떠도는 온갖 기사와 문서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한국이 법적으로 GMO 청정지대라는 이야기다. 사실이 아니다. 어떤 법령에도 이런 대목은 없다.

정부는 심지어 GMO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10월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농촌진흥청이 17개 작물 180종에 대해 GMO 연구·개발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벼 94종, 유채 20종, 국화 14종, 사과 8종, 배추 7종, 감자 5종, 고추 1종 등이다. 이 중 벼·고추·배추는 유전자 검정 단계와 기능 검정 단계 등을 거쳐 안전성 평가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63가지 기준으로 이뤄진 안전성 평가는 2~3년이 걸린다. 유전자 검정에서 안전성 평가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GMO 연구·개발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가 위 GMO 작물에 대한 상업적 재배를 승인하면 'made in Korea' GMO가 등장하게 된다. 법적 금지는커녕 법의 테두리 안에서 GMO 개발이 진행 중인 것이다. 박민수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에서 GMO 개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적은 없다.

당장 우리 식탁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 문제는 어떨까. 현재 GMO 수입 업무 전반을 관할하는 것은 식약처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하면서, 종전에 여러 부처와 나눠왔던 GMO 수입 업무를 식약처로 통합했다. 식약처 산하 '유전자변형식품 안전성 심사위원회'(심사위원회)는 GMO 식품의 수입 승인 여부를 관장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우리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연합뉴스 : 2013년 6월12일 아이쿱생협 회원들이 'GMO에 오염된 미국산 밀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GMO 식품 심사위원회의 신뢰성에도 의구심이 있다. 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2010년 <맛있는 식품법 혁명>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 심사위원회는 20여 명의 GMO 연구·개발 관련 학자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 김해영·김형진 교수는 10년간 계속 위원을 맡았다. 김해영 교수는 경희대 생명공학연구원 교수이며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사업단 GMO 단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는 김형진 교수는 GMO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역시 GMO 사업과 무관한 곳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송기호 변호사는 '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GMO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직을 장기간 맡는 것이 정의로운가'라고 지적했다.

2014년 현재는 어떨까. <시사IN>은 식약처에 심사위원회 명단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관련 업계의 로비에 의해 '심사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명단 비공개로 의구심이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공정한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앞서 지적한 김해영·김형진 두 교수가 지금도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은 확인해주었다.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 ⓒ시사IN 윤무영 : 옥수수 기름 등 식용유는 현행 법령상 원료가 무엇이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 '이익단체' 부설 기관이 수입 GMO 검사


식약처의 공정성 문제는 또 있다. 식약처의 GMO 홈페이지에는 검사 기관 목록이 있다. 식약처가 지정한, 수입 GMO 검사 기관이다. 국내외 모두 8곳이다. 그런데 이 중 '한국식품산업협회' 부설 기관이 두 곳이나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의 식품 대기업이 모여 있는 '이익단체'다.

이 협회 회장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과학적으로 (GMO의)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나 일부 이해관계자의 부정적인 여론 조성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GMO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는 인물이 협회장으로 있는 단체가 GMO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에 식약처 관계자는 '매년 감사에 나서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식품산업협회는 국내 식품 대기업의 GMO 표시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도 등장했다. 지난 9월 GMO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는 국내 식품 기업에 GMO 사용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등 14개 업체는 GMO 사용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며 식품산업협회를 동원했다. 이들 업체는 식품산업협회 명의로 공동 답변을 보내면서 GMO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무를 맡았던 경실련의 박지호 간사는 '최근 들어 식품 대기업이 식품산업협회를 통해 GMO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식품산업협회가 식품 기업의 컨트롤타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공개를 거부하는 데에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법이다. 식품위생법 제12조의 2항은 이렇다.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은 표시가 없으면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진열·운반하거나 영업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에 따르면 국내 GMO를 원료로 쓰는 식품 기업은 관련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단서가 있다. 식약처의 '고시'다. 현행 GMO 식품 표시를 위한 식약처 고시 제3조는 또 이렇다. '표시 대상 수입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수입 또는 생산이 승인된 품목을 주요 원재료로 1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이다.'

쉽게 말해 GMO를 원료로 했더라도 가공 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식용유다. 옥수수든, 콩이든, 유채(카놀라)든 기름으로 바뀌면 세포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는 원료가 무엇이든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원료를 '수입산'이라고만 표시하면 그만이다. 국내 식품 기업이 GMO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은 완전히 '합법'이다.

이뿐 아니다. 식약처 고시는 '구멍'을 또 하나 만들어주었다. 어떤 식품이나 첨가물에 사용된 재료 중 5순위 안에 드는 재료가 아니면, GMO 표시를 면제해준 것이다. 결국 각종 소스, 수프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복합된 식품의 경우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치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취한 것이다.

'GMO 공포'가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때는 어림잡아 2008년부터다. 당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GMO 식품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 광우병 촛불시위로 인해 먹을거리 불안감이 커졌다. 시민단체들은 GMO 표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에 밀린 당시 식약청이 표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리고 제자리걸음이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갈무리 : 식약처(위)는 GMO 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5월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품의 주요 원재료 함량 순위와 잔류 여부에 상관없이 GMO가 첨가됐으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식용유나 소스 등 그동안 GMO 표시로부터 자유로웠던 식품도 표시를 강제하는 법안이다. 법안 발의 이후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10만명 서명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쟁점 법안에 밀려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해당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GMO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

지난해 11월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2%가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81.8%가 엄격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김미희 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의 최근 5년간 GMO 표시 위반 점검 실적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5328건이었던 GMO 표시 위반 점검 실적은 점점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813건으로 추락했다. 이를 업계의 '자정 노력' 덕분이라며 자위할 수 있을까.

공포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하는 공포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관련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GMO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만만한 불량식품 따위만 단속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오성 기자 /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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